얼마 전 풍력발전시설 문제로 몇 년째 군의회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전남 화순의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내가 사는 집, 농사짓는 밭에서 고작 몇 백미터 떨어진 곳에 시설이 들어서도록 정치인들이 이격거리를 좁히는 조례를 밀어붙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장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사망한 주민의 위조 동의서까지 받아낸 정치인들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마을을 발전시킬 것이라 말하지만, 눈발 날리는 찬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는 할머님들은 알고 계셨습니다. “너그들 돈벌이 장사한다고 우리 농민들이 농사를 못 지어서 쓰것냐!”
한시가 급한 기후위기 앞에서 기득권 정치가 정신을 못 차리고 기업의 먹거리 찾기에만 분주한 사이, 나라 곳곳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에서는 2년 연속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반복되고, 수마가 할퀴고 간 전남 구례 수재민들은 1년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앞에서도, 기후재난 이후에도 무책임한 정부는 국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은 서울이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대기업인데 엉뚱한 곳에 희생을 요구합니다.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의 깃발을 든 민간업체들이 농지와 산지를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내연기관차 하청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포장지로 예쁘게 가리면 그만이라고 여깁니다.
기득권 정치가 기후위기를 외면하며 우리 모두의 미래를 파괴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기후 악당들에게 권력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재벌 대기업에게 특혜가 아닌 책임을 부과하는 정치, 노동자 농민 청년 등 기후위기의 피해 당사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정치, 불평등을 깨부수고 불의한 체제를 뒤엎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진보당은 기후정의 실현에 뜻을 함께하는 모든 정당, 시민사회와 힘을 모아 기후위기 앞에 무기력한 선거판을 기후대선으로 만들어내고, 기후정치로의 대전환에 나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금 가진 것은 저들이 더 많을지 몰라도, 미래를 꿈꾸는 우리가 다수입니다. 변화를 향한 거대한 연대에 함께 해주시기를 호소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기후대선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발언 중
출처: 김재연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toi80/posts/455830488757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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